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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기 전에 떠나는 게 좋겠어.

 스포일러 포함

 

 

 

언제부터였을까. 니엘브의 눈에 스가가 보였다. 그는 바다 위에 있었다. 더운 여름인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여름 바다, 바람이 육지 향해 불면 머리카락 흔들려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는 꽤 놀랐다. 니엘브가 만들어낸 스가는 옆에 존재했으니까. 그럼에도 그곳에는 있었다. 마치 자연의 한 구성물처럼. 니엘브는 걸음 옮겨 다가갔다. 어느 지점까지 다다르자 물은 허벅지 위까지 찼는데, 그럼에도 너무 멀게 느껴졌지만 단지 기분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듯했다. 파도가 오면 다시 밀려나듯. 거리를 좁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뉴트 세계에는 바다가 없다. 따라서 니엘브는 바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물 위에 낀 거품이나 자신을 향해 밀려오고 다시 나갈 파도에는 아무런 의미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 소중한 사람과 여름 바다의 추억. 이런 대중적 감정들을 무엇 하나 느낀 적 없다. 그럴 기회도 없었고. 허나 복잡한 심경은 어째서 괴롭히는가. 세상에는 단어를 정제해 말해봐야 알아듣지 못하는 족속들뿐이었다. 따라서 지금껏 누구 알아듣게 설명할 필요를 깨닫지 못했다. 그런 연구자는 휩쓸려 유유히 세상과 멀어진다. 스가와 만나기 전까지는.

그는 불에 타서 죽었다. 여름의 태양이 뜨거웠던 탓인가. 참으로 따뜻한, 인간이었지. 어느 날 니엘브는 바닷가를 거닐다가 손으로 모레를 쥐어보았다. 뜨거웠다. 금방이라도 시원한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어진다. 니엘브는 과거, 함께 바다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떠나는 게 좋겠어."

"어디로?"

"어디든."

"흐음."

"함께 가자고, 여행.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여름 전에 끝날 것 같거든."

"아아, 그런 말이었구나. 잘 끝날 것 같아?"

"응. 엄청."

"잘됐네."

둘은 정처 없이 해변을 걸었다.

"그거 알아? 모래의 열전도율은 물보다 낮아 한 번 뜨거워지면 쉽게 식지 않아."

"재밌는걸. 열을 저장하는 배터리로 쓸 수도 있겠어."

"하하, 니엘브군 다운 답이네. 실제로 있거든. 그거."

발 옮기면 모래가 그 무게만큼 파여 둘이 걷는 길에 흔적을 남긴다. 스가가 걸으면 그 뒤를 니엘브가 밟아서, 두 발짝이 겹친다. 그러다 큰 파도가 범람해 스가의 발목을 적셨다. 그는 앗차차, 하며 발 들어 피하지만 중심 잃어 휘청였다. 어쩐지 꼴이 우스워. 니엘브는 웃었다.

…아. 불에 타죽었던 그는 오랫동안 뜨거운 채로 있을 테니까. 그때의 말에 따르면 열전도율이 낮은 인간이라 볼 수 있겠다. 뱀은 변온 동물이라 외부 환경에서 열을 흡수해 체온을 유지한다. 그래서일까. 니엘브는 여전히 뜨겁다고 느꼈다. 여름의 태양 빛은 따갑게 쏘아대서.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어 숨고 싶다. 그곳에는 스가 씨도 있고. 지금도 봐, 여길 보며 웃고 있잖아. 바다는 넓고 속은 깊어 무엇이든 품에 받는다. 인간을 죽인 악역도 상냥한 영웅도. 물속에 들어가면 같은 가치로 가라앉는다.

여행을 가기로 했었지. 한 프로젝트가 끝난 뒤 휴식을 취하는 타입은 아니었고, 곧 다른 연구가 그를 기다리겠지만 이번에는 누구 씨 말대로 멀리 떠나고 싶어졌다. 마침, 옆에는 환상이 아닌 진짜도 있으니까. 함께 더 넓은 바다를 보러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뒤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여행에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 테니. 뭐가 되었든 지금 진행 중인 연구는 끝내야겠지. 어떻게 끝낼지, 그것만이 미지수다.

스가 씨와 함께하는 세뇌 실험의 평가는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까. 마지막은 그래. 스가 씨와 함께했던


"카자미 해안으로 가자."

저 멀리, 수많은 무리의 걸음이 이쪽을 향한다. 모두 외치는 듯했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모두 저 위대한 바다를 향하자. 그러자 바다 위 스가 씨의 목소리가 '니엘브군, 꽤 재밌는 실험을 하는구나!' 했다. 분명 환청이다. 그는 팔을 벌린 채 여길 보고 있었다. 마치 넓은 바다처럼. 자연의 한 구조물처럼. 넓은 바다에 덩그러니 혼자 서있으니, 어쩐지 쓸쓸해 보였지만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다. 그를 향해 이 많은 실험체가 걸음을 옮길 테니. 

그럼 외로울 일 따위 없겠지. 이 실험이 끝나면 함께 여행을 가자. 카자미 해안이 아니라, 더 멀리. 넓은 바다가 보이는 곳. 그때쯤이면 여름이 끝날 테고. 열은 식지 않겠지만 가을에도 함께 있자. 겨울을 보내고 다시 올 여름의 바다를 기다리며 즐겁게 연구했던 그때로 돌아가는 거야. 저 멀리 울리는 것은 초점 없는 군대의 발소리다. 연구자의 눈은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왔구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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