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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에그제이드 마이티 노벨 X 까지의 스포일러 포함

"비 오는 날은요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요."

 

"크리스마스의 그날 때문에?"

 

"뭐... 그렇죠."

 

 정확히 크리스마스는 부가적 요소일 뿐이지만. 에무는 자신을 바라보는 애인에게 작게 미소를 지어주며 그에게 기대었다. 쿠죠 키리야의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에무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 제대로 살아있구나. 당신도, .........나도

 

 희미하게 보이는 노란 우산에 호죠 에무는 눈을 감았다.

 

 

***

 

 

 호죠 에무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호죠 에무를 아는 이들은 전부 아는 사실이었다. 비 오는 날 연인인 쿠죠 키리야를 한 번 떠나보냈고, 떠나보낼 뻔 했기 때문에, 그것들을 아는 모두는 호죠 에무가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죠 에무가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이유는 모두가 아는 이유와는 달랐다. 크리스마스의 그날 때문에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만... 에무의 눈에는 창 너머 장마로 인해 비가 쏟아지는 광경 속 노란 우산을 쓴 아이가 담겼다.

 

 정말 우연히 이곳을 지나치는 아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죠 에무는 알았다. 그건 비 오는 날마다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그 환각이란 것을 말이다.

 

 어린 시절의,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던 어리석은 시절의 자신을 흉내 내며 노란 우산을 들고 있는 환상, 자신을 따라오는 악몽, 끝도 없이 들리는 경적소리. 이것이 호죠 에무가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였다.

 

 언제부터 보였는지, 언제부터 들렸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어린시절 달리는 차를 향해 몸을 날린 그 행위가, 게임처럼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던 그 행위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행동이란 걸 인지한 그 순간부터였을까? 아니, 어쩌면 그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 순간부터일지도 모른다.

 

"아- 역시 비 오는 날은 싫네..."

 

 에무는 그리 중얼거리며 커튼을 치고, 환청을 듣지 않으려 틀어놓았던 노래의 소리를 키웠다. 그것이 자신을 따라오는 악몽에 대한 유일한 대처법이었다. 해결되는 것 하나 없었지만.

 

 호죠 에무는 경적소리를 흉내 내는 환청을 애써 무시하며 시끄럽게 울리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감았다. 잠을 통해 모든 것에서 도피를 시도했다.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이런 도피뿐이었다.

 

 그렇게 호죠 에무는 천천히, 천천히 잠에 들었다.

 

 

***

 

 

 쿠죠 키리야는 우산을 두고 온 탓에 잔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렸다. 아아- 에무 또 울상 지으려나... 비에 젖은 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울 것만 같은 애인을 떠올리며 키리야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 보고싶지는 않은데..."

 

 뭐, 어쩌겠나. 그건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것 또한 날 향한 애정이니 기꺼이 감내해야지.

 

 비를 맞으며 달리던 키리야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젖은 머리를 털며 비밀번호를 누른 후 문을 연다. 자신의 집은 아니었지만, 이곳에만 오면 물 흐르듯 나오는 익숙한 행동이었다.

 

 문을 열자 키리야의 귀에는 큰 노랫소리가 들어왔다. 방문 너머 들려오는 소리에도 키리야는 익숙하다는 듯이 젖은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서 그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예상했듯이 제 애인이 침대 위에 몸을 말고서 잠들어있었다.

 

 키리야는 노랫소리를 줄이고 에무의 머리맡에 앉아 애인의 뺨을 살살 쓰다듬었다. 악몽을 꾸듯 찌푸려져있던 있던 에무의 인상이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펴졌다. 그 모습에 키리야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삼켜냈다. 깨울 수는 없으니까.

 

 그보다... 넌 또 무슨 꿈을 꾸는 걸까. 키리야는 제 애인이 비 오는 날마다 꾸는 악몽이 궁금했다. 비 오는 날마다 무엇이 두려워 노래를 크게 틀고 하루 종일 잠으로 회피하려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에무가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건 나 때문만이 아니란 것을 안다. 아마 지금 꾸고 있을 악몽이 그 이유란 것도. 차라리 그 이유가 나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너의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오롯이 나로만 채울 수 있다면... 랄까 불가능하겠지만. 꽤 상태가 나아진 에무를 보며 키리야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너의 전부가 나이길 바라는 거는 역시 욕심이겠지.

 

 키리야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에무를 마주 안고서 찌푸려진 이마에 짧게 입맞춤했다. 이 온기가 너의 악몽을 조금이라도 없애주길.

 

 

***

 

 길고 긴 악몽에서 깨어났다. 아니, 그리 길진 않았던 거 같기도... 중간부터는 왠지 모르게 따뜻했는데... 에무는 떠지지 않는 눈을 여전히 감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내가 틀어둔 노랫소리와 여전히 들리는 빗소리... 아 역시 아직도 내리나... 하긴 장마라고했으니까...

 

 에무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일으켰지만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힘에 일어나는 것을 실패했다. 에? 누구-

 

"에무... 좀 더 자자... 아직 저녁 시간 안 됐어..."

 

 자신과 마찬가지로 방금 잠에서 깬 듯 낮은 목소리에 에무는 큰 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키리야씨??? 어, 언제 오셨지??

 

"하하-"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당황하는 에무를 눈치챈 것인지 키리야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어, 언제 오셨어요..?"

 

"으음... 한 시간 전? 그니까... 4시쯤?"

 

"근데 왜 저를..?"

 

"내 애인이 자는 게 너무 귀여워서? 꼭- 껴안고 자고 싶었단 말이지."

 

 키리야는 자신의 말에 목과 귀가 순식간에 붉어지는 에무를 보며 다시 웃음 지었다. 그리고 더 강하게 제 애인을 껴안으며 속삭였다.

 

"지금은 악몽이 널 안 괴롭히지?"

 

 그 말에 에무는 잠시 멈칫했다가 자신에게 더 이상 환청과 환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긋지긋한 경적소리도, 노란 우산을 쓴 아이도 이제 절 괴롭히고 있지 않았다.

 

 아마 일시적인 상태일거라 에무는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절 괴롭히는 악몽이 잠시나마 사라진 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 온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어?"

 

"...네."

 

"다행이네~"

 

 에무는 천천히 눈을 감고서 자신을 쓰다듬는 키리야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여전히 내 비 오는 날의 악몽은 쫒아올 거고, 여전히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겠지. 그래도... 키리야씨가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언젠가... 이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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