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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감기

 스포일러 포함

호죠 에무는 달리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는 하지만, 호죠 에무에게는 아무래도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으니까. 겨울에도 잘 걸리지 않는 감기가 이상하게도 여름이 되면, 비가 온 탓에 축축하고 꿉꿉한 날씨가 지속되기나 할 때면 호죠 에무는 항상 감기에 걸리곤 했으니까 말이다. 감기에 걸려서는 목이 퉁퉁 부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게 싫었다. 몸이 나른해지는 탓에 컴퓨터로 갈 힘도 없어서 게임을 못하게 되는 것도 싫었고 어딘가 어지러워지는 머리도 싫었다. 그냥, 모든 게 다 싫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호죠 에무는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단순히 웃음을 뱉기나 했다. 우습지 않는가. 아버지는 제가 아픈 것을 알고 있었다. 단순히 제 추측이 아니겠느냐고 말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버지가 장롱에 박혀있던, 그동안 쓸 일이 없던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으니까 이런 것쯤은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제 자식에게 약을 챙겨주지 못할 망정 마스크를 쓰고는 밖으로 나간다니. 참 눈물겨운 행동이었다. 제가 아버지에게 감기를 옮겼을 지 모르니 다른 사람들에겐 감기를 옮기고 싶지 않다, 이건가. 원인을 없앨 생각, 그러니까 원인인 저를 낫게 할 생각은 없고 그냥 밖으로 나가는 바이러스만 막을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제 입에서 나오는 게 웃음인지, 아니면 제가 드디어 열 때문에 미쳐버린 건지 의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에게 가지는 기대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은 아무래도 버렸다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려다가 호죠 에무는 그만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제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한 번밖에 병문안을 오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뭘 바란다고 지금 제가 감정 낭비를 하고 있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달굴 바에야 그냥 잠자코 누워서 잠을 청하는 편이 더 좋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호죠 에무는 달리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정작 의사인 제가 감기에 걸려버리니 출근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어렸을 때의 그 외로운 감정들만이 호죠 에무의 여름을 이루고 있었기에. 이제는 너무 오래되기도 하였고 그런 여름이 매번 반복되어 왔기에 달리 크게 우울하다거나, 외롭다거나 하는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익숙한 것이니까. 안 느껴지는 게 이상한 감정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호죠 에무에게 시끄러운 여름이란, 아무래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어제저녁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더니, 결국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띵-하고, 머리가 울리는 탓에. 말을 하려고 입을 열어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탓에, 호죠 에무는 밖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히이로 씨에게 전화를 걸기나 하였다. 그 전에, 제 품에 곤히 안겨서 자던 파라드가 제가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는 눈을 떠서는 뭐가 문제냐고, 무슨 일이 있냐고 제 몸을 끌어안고는 그리 묻기나 하여서 전화를 거는데 조금 힘이 들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아프다고 파라드에게 곧이곧대로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파라드의 걱정을 키우는 일이니까 몸살이 들었다고, 그리 간단히 대답하고는 핸드폰을 찾기나 하였다.

 


" 네, 네. 히이로 씨. 다름이 아니라 감기에 걸려서요. 네. 죄송해요. 아뇨, 몸을 잘 돌보지 않은 게 아니라요-... "
" 에무!!! 많이 아픈 거야? 괜찮은 거 맞지? 내가 대신 물리쳐줄까? "

 


히이로 씨는 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의사가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뭐한 거냐며 약간의 호통을 치기나 하셨다. 아무래도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히이로 씨의 말 속에 저를 걱정하는 말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히이로 씨의 말씀을 시작으로, 파라드가 울망울망한 얼굴로 저를 빤히 바라보더니 결국 못 참겠는지, 히이로씨 씨가 제게 하는 말을 듣고는 위험한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소리를 쳐대며 묻고 있었다. 아무래도 큰 소리가 머리를 울리는 터라 조금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긴 했지만, 파라드가 저리 행동하는 것도 저를 걱정하는 것이기에 달리 막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런 것들은 처음 받아보는 거니까. 아버지는 제가 감기에 걸리면 마스크를 눌러쓰고 밖에 나가기 급급했고, 급기야 제가 하루 만에 나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 며칠간 직장에서 야근을 하기나 했다. 저를 돌볼 의지 같은 건 아무래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걱정할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지금은 파라드가 제 곁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외로움 하나 없이 시끄러운 여름도 제게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나 하였다. 그런 마음에 호죠 에무는 파라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크게 아픈 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기나 했다. 진짜? 하고 물어오는 파라드의 물음이 왠지 모르게 귀엽기나 했다. 자면 나을 거라고, 오늘은 조금 더 자자고, 어제 파라드는 게임 하느라 늦게 잤으니까 더 자라고 말하며 호죠 에무는 파라드를 안아주기나 하였다. 아무래도 저보다 덩치가 몇 배나 더 크고 키 차이도 꽤 큰데 이렇게 안기나 하면 어째 작은 아기를 안는 듯한 기분이 드는지, 묘하다는 생각과 함께 호죠 에무는 파라드와 함께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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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무가 아프다. 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에무는 언제나 남의 병을 치료해 주는 쪽이었지 에무가 아파서 끙끙 앓고 있는 건 아무래도 많이 봐왔던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에무가 옛날부터 여름만 되면, 비만 오면 잘 아프곤 했다. 그래도 이제는 어른이 됐으니까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아픈 건지는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과거와 달라진 게 없으니까. 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 제가 봐오던 여름날의 에무는 외로움, 비참함 정도의 부정적인 감정들만 느껴왔다. 기쁨이나 평안함 같은 감정들은 아무래도 없었다. 오로지 슬픔에 가까운 감정들, 그런 것들밖에 없었다. 그래서 에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뭐든 해보고 싶었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해줄 수가 있으니까. 파라드는 호죠 에무를 따라 자는 척을 했다가, 호죠 에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일어나서 에무가 일어나서 먹을 수 있을 만한 것을 만들기로 했다. 아무래도 요리는 한 번도 해본 적 없긴 하지만, 에무가 하는 것을 조금은 봤으니까, 요리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괜찮겠거니 하는 생각에 파라드는 무작정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서 죽-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기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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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무- 일어나 봐! "

 


호죠 에무는 파라드의 부름에 멍한 눈을 떴다. 아직도 열이 다 내리지 않아서 어질어질했지만, 그렇기에 달리 일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파라드가 불렀으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을 것이기에, 일어나서 파라드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주방-으로 갔는데-…. 호죠 에무는 그 자리에서 충격을 받았다. 아무래도 일어나지 않은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게 주방을 본 호죠 에무의 감상평이었다. 도대체 뭘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방은 보기 좋게 어질러져 있었다. 파스타 면을 꺼낸 흔적도 보이고, 밥을 꺼낸 흔적도 보이고, 이것저것. 향신료를 꺼낸 것도 보였다. 파라드가 파스타를 좋아했던가? 그렇다기엔 파스타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던 걸 들은 적이 없는데. 그냥, 먹을 것 없을 때 대충 만들어서 먹는 게 파스타가 아니었던가? 호죠 에무는 깜빡깜빡, 눈이나 끔벅이며 파라드를 바라봤다. 뭔가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다는 듯한 미소. 뭐지, 도대체 뭘 한 거지. 생각해 보니 분명 제 품 안에 안겨서 자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파라드가 잠든 줄 알고 저도 마음 놓고 잔 거였는데. 어느새 빠져나가서 이러고 있는 건지 조금은 나아진 줄 알았던 머리가 다시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호죠 에무는 식탁에 앉자마자 파스타의 정체가 무엇인 지 깨닫기나 하였다.

 


" 파라드. ...혹시 죽에 파스타 면이 들어가는 줄 안 거야? "
" 응? 아니! 파스타, 에무가 맛있게 먹는 걸 봤으니까, 죽에 넣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싶어서! "

 


이걸 먹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파라드가 눈을 빛내며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도 미안하다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그랬다. 그렇다고, 이걸 먹기에도…. 아무래도 그랬다. 바로 앞에서 매운 고추가 둥둥 떠다니는 게 보였으니까. 파라드, 아플 때는 매운 걸 먹으면 안 좋아…. 그리고, 도대체 죽 옆에 왜 설탕이 소금 마냥 마련되어 있는 지도 의문이었다. 그냥 지금 식탁 위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의문이었다. 제가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아서 몽롱한 것이었나? 호죠 에무는 눈을 살짝 비벼보기나 하였지만 시야도 선명했고, 파라드의 모습도 선명했다. 눈을 비빌 때 손에 눈알이 쓸리는 감정이 생생했다. 꿈이 아니라는 느낌이 선명해지니, 이상하게도 무언가 기쁘다- 라는 감정이 호죠 에무를 덮쳤다. 그러니까, 기쁘니까. 이런 엉망진창일 뿐인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파라드가 오로지 저를 위해서 만든 음식이라는 게 잘 보였으니까. 이런 걸 해준 건 아무래도 파라드가 처음이었고, 오로지 파라드가 아니면 해주지 않을 것임을 호죠 에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에 호죠 에무는 웃음이나 뱉으며 파라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었다.

 


" 파라드, 죽 만들어준 거는 정말 고맙지만 다음에 내가 죽 만드는 법 제대로 가르쳐 줄 테니까, 그때 다시 해줄래? 지금은-…. 솔직히 말하자면 환자도, 환자가 아닌 사람도 먹기 조금 그렇거든. “

 


파라드는 그런 제 말을 듣더니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숟가락을 직접 들어서 직접 만든 죽-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을 먹어보기나 하였다. 맛 없어!! 그게 파라드가 처음 만든 죽을 파라드가 스스로 먹고 뱉은 첫 번째 감상평이었다. 두 번째 감상평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싱크대로 곧장 달려가서 버린 것이려나. 하하, 호죠 에무는 파라드의 단순하고도 어린아이 같은 행동에 웃음을 뱉기나 했다. 아무리 못 먹는 음식을 만들어 줬다고 한들, 아픈 때에도 햄버거나 먹어야 했던-결국 몸에 힘이 없던 탓에 사 먹으러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과거와는 다르게 저를 걱정해 주는 사람도 있고, 제게 음식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 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호죠 에무는 그리 생각하며 파라드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주기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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