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烙印
※OOC 주의!
※가면라이더 ‘가이무’ 본편 이전의 시간대
“네가 아니면 다른 놈들이 채갈 거고. 그러면 뭐…… 가이무는 비트 라이더즈 랭킹에서 다시 하락세나 타겠지.”
시드가 탁자에 놓인 센고쿠 드라이브의 샘플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우야는 시드의 말에 검은 벨트를 흘겨보았다. 새까만 장치 위로 그의 얼굴이 잔영처럼 비쳤다. 유우야는 장치 속 자신과 한참 눈을 마주치다 그 시선이 지루해질 즘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음료에 꽂힌 빨대를 저었다. 이번에도 유우야의 입에선 그렇다 할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할 말은 다 끝났냐는 듯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시드 역시 이를 눈치챘는지 작게 혀를 찼다.
스미이 유우야.
팀 가이무의 리더. 카즈라바 코우타의 절친. 착한 놈. 우유부단한 녀석. 그리고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늘 미소만 짓던 쪽.
그 어느 것도 유우야를 콕 집어 드러내는 호칭은 없다. 죄다 그를 한 차례 비켜 나가거나 그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할 뿐. 무엇 하나 뚜렷한 것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남자.
이그드라실이 고른 비트 라이더 중 그보다 적합한 실험체는 없었다. 그야말로 프로페서가 바라던 모르모트의 표본이나 마찬가지.
현재 혼자 살고, 마땅한 직업도 없는 데다, 주변인이라곤 팀 가이무 녀석들밖에 없으니…….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아쉽다. 정말 아쉽단 말이지.’
시드는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샘플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툭 던지듯 말했다.
“잡는 것도 기회야, 스미이 유우야.”
유우야는 시드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음료를 홀짝였다. 여전히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시드는 눈살을 찌푸리곤 휙 몸을 돌렸다. 기껏 좋은 정보를 제일 먼저 제공했건만 상대는 잡으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한심한 녀석 같으니라고.’
도르퍼즈를 떠나는 발소리가 거칠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돌아서기 전 마지막으로 유우야를 흘겨보던 시드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유우야는 시드가 떠난 자리를 바라봤다. 다 마신 머그잔이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낡은 쇼파는 사람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푹 꺼져있었다. 그 흔적들이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양 자연스러워 방금까지 록시드니, 센고쿠 드라이브니……. 하는 소리를 들은 건 허상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분명 시드가 있었다. 성가신 제안을 들은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근 몇 주 내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시드는 한 손에는 드라이브 샘플을, 다른 손에는 록시드를 든 채 상기된 얼굴로 연신 말을 쏟아냈다. 마치 자신의 보물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어린아이처럼. 그럼에도 눈앞의 애송이에게만큼은 어른으로서 카리스마를 잃고 싶지 않아 애쓰던.
여유로운 낯으로 도르퍼즈에 온 유우야를 맞았으나, 들뜬 흥분은 구멍이 난 천처럼 숭숭 빠져나오고 있었다. 시드는 대화 내내 록시드보다 센고쿠 드라이버가 더 나을 거라 자부했다. 확신을 넘어 거의 맹신에 가까울 정도의 신봉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차후의 인베스 게임에서는 벨트가 게임의 판도를 바꿀 거라 했다.
아마 다른 팀원들이 들었다면, 손을 벌벌 떨면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외쳤을 거다. 최근 가이무는 인베스 게임에서 다른 팀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요, 스테이지를 뺏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마이는 조금 조급해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이제 와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자면, 유우야는 인베스 게임에서 이기든 지든 딱히 상관없었다.
그가 비트 라이더즈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맞았으나, 굳이 덧붙이자면 춤에 열정적인 것은 타카츠카사 마이 쪽이었고, 팀의 등수를 위해 의기투합하는 것도 다른 팀원들이었지. 스미이 유우야, 자신은 아니었다.
그러니 팀을 위한다고 한들, 밖에서 차고 돌아다니기 민망해 보이는 벨트에 거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돈을 주고 사고 싶진 않았다.
더욱이 가장 ‘먼저’란 말은 결국 나중엔 다른 이들도 다 갖게 될 거란 의미이고. 구매는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 지금 당장 팔지 못해 손해인 건 시드지. 유우야가 아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우야는 남은 음료를 한 번에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데없는 대화에 시간만 버린 기분이다. 그놈의 인베스 게임이 뭐라고. 아직도 시드의 헛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아 불쾌했다. 그는 살풋 미간을 찌푸렸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폈다. 끝난 대화를 곱씹는 것만큼 피곤한 일은 없었다.
유우야가 계산을 위해 카운터로 오자, 반도가 기다렸다는 듯이 주방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시드가 많이 화난 것 같던데.”
“별일 아니었어.”
유우야의 대답에 반도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별일 아니라는 대답이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그러나 삐딱하게 올라간 입꼬리와 눈 한번 깜박이지 않는 뻔뻔함에 더 이상 캐묻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상대는 유우야니까.’
반도는 속으로 애써 되뇌었다. 저 녀석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며 자기만의 변명을 덧붙였다. 원체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녀석이니까……. 뭐, 별일 아니겠구나, 싶었다.
유우야는 그런 반도의 손에 지폐를 쥐여주었다. 남은 돈은 나중에 코우타가 외상을 달면 그때 보태라고 덧붙였다. 반도가 못 말리겠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뭘 이런 걸 주고 있냐며 가져가라 말하려 했지만, 이미 유우야는 가게를 떠난 뒤였다.
“하-….”
늦은 오후임에도 세상은 한낮에 멈추어있는 것처럼 뜨거웠다. 드루퍼즈를 나온 유우야는 목을 조여오는 열기에 작게 숨을 내뱉었다. 방금까지 에어컨 바람에 감기라도 걸리는 건 아닌가 싶던 게 무색할 지경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은 관자놀이를 타고 계속 흘러내렸다. 몸 어딘가에 누수된 수도꼭지라도 달고 있는 기분이다.
자와메의 한여름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더웠다. 매 여름이 사람을 쓰러뜨리다 못해 녹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바람 한 점 불어주지 않으니 오히려 입에서 흘러나오는 날숨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끝났으려나.”
그러나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도 유우야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졌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아른거리는 누군가의 얼굴에,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선풍기나 틀고 가만히 있는 게 옳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이미 집을 지나쳐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
카즈라바 코우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가지가 그 주위로 둥근 그늘을 만들었다. 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그림자 사이를 파고들어 바닥에 얼룩덜룩한 무늬를 덧그렸다. 그러나 무성한 나뭇가지도 차마 여름의 습기까지는 막아주지 못했다. 코우타가 일을 마치고 갈아입은 셔츠는 다시 축축하게 젖어 그의 살갗 위로 끈적하게 달라붙어 왔다. 그럼에도 코우타의 입에서 불평불만 하나 튀어나오지 않은 건…… 아마 그의 손에 들린 두툼한 지폐 탓이리라.
“코우타.”
코우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땅 위로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상대의 얼굴을 가렸다. 김이 서린 유리창처럼 흐릿한 윤곽만이 어렴풋이 보여왔다. 그럼에도 코우타는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멀리서도 알 수 있는 가이무의 트레이드 컬러. 새치에 가까운 은발과 부드러운 목소리. 걸을 때마다 살짝 흔들리는 걸음걸이며, 그 특유의 나른한 눈빛까지. 이젠 지문이나 마찬가지인-.
“유우야!”
코우타가 유우야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앞서 달려 나갈 것처럼 다리 한쪽은 이미 앞으로 나와 있었다.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이 활짝 폈다. 마치 산책 도중 잃어버린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없는 꼬리라도 흔들 기세다. 유우야는 그런 코우타에 화답하듯 손을 흔들었다.
“뭐야?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지나가다 코우타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길래.”
유우야는 벤치에 앉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우연을 가장한 듯했으나, 사실은 카즈라바 코우타의 동선은 지나치게 단조롭다.
고등학생 때도 가는 곳이 집, 학교, 가이무 게러지가 전부였으니, 성인이 된 지금도 다를 건 없었다. 집, 아르바이트. 그 근처만 잘 살펴보아도 코우타를 발견하기 쉽다는 걸…… 아마 코우타 본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테다.
코우타는 그런 유우야의 속내는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얼굴 보니 좋다.”며 하릴없이 웃었다. 유우야 역시 그를 따라 미소 지었다. 누구나 알 사실을 마치 마법사가 허공에서 도넛 꺼낸 수준으로 놀라워하다니. 그 점이 코우타 답구나 싶으면서도 우스웠다.
코우타는 유우야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 위로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닌척하려 해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이무를 나간 뒤로도 간간이 보긴 했으나 이는 전부 코우타가 배달 도중 짧게 인사만 나눈 것일 뿐, 얼굴을 마주 보고 담소를 나눈 지는 오래되었다.
코우타가 입을 달싹였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 이번에는 무슨 춤을 춰? 물어볼 건 많았으나, 질문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흐, 흐익-…! 뭐, 뭐야…!”
“하, 하하핫. 하하하…!”
갑작스레 목을 강타한 서늘함에 그는 질문 대신 이상한 신음을 흘리며 잔뜩 움츠러들었다. 코우타가 바짝 굳은 채 황당한 눈으로 유우야를 쳐다보자, 유우야는 배를 잡고 웃었다.
공원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우타는 민망해 손으로 입가를 매만졌다. 또, 또 장난질이야. 뒤늦게 유우야를 노려봤지만,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진 뺨은 전혀 사나워 보이지 않았다.
유우야는 늘 그런 면이 있었다.
얌전해 보이면서도 가끔 엉뚱한 곳에서 호기심이 들어 사람을 놀래키길 좋아했다. 코우타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도 죽은 사마귀를 얼굴에 들이대 왔으니. 자라면서 행동만 조금 얌전해졌을 뿐, 난감한 장난을 친다는 사실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코우타는 물기가 묻어 축축하게 젖은 목덜미를 손으로 닦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그동안 당한 것만 세어도 양 손가락을 다 쓰고도 부족할 것이었다.
‘마이나 미츠자네에게 그러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데…….’
자기한테만 이래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원.
어딘가 묘하게 사람을 체념하게 만드는 지난 행적들에 코우타는 작게 혀를 찼다. 유우야는 코우타가 그러거나 말거나 능청스럽게 손에 든 페트병을 흔들었다. 달그락거리는 얼음 소리가 얄밉게 귓가를 때렸다.
코우타는 저리 가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반복되는 장난에 이내 못 말리겠다는 듯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유우야는 그런 코우타를 따라 옅게 미소 지었다.
“오는 길에 사 왔어. 요즘 공사장에서도 일한다면서.”
“가끔. 가끔만 나가는 거야. 거긴 하루 일당도 쳐주니까. 돈이 급할 때 편하거든. ……근데 어떻게 알았어? 누나한테도 말 안 했는데.”
코우타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대자, 유우야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다 방법이 있지.”
익숙한 패턴이었다. 알쏭달쏭한 대답으로 얼버무리고는 정작 중요한 건 말해주지 않는 거. 예전부터 그래왔으니. 이제 와 새삼스러울 필요가 있나.
‘뭐, 유우야가 그렇다면 그런 거니까.’
코우타는 어색하게 목덜미를 긁적이면서도 더 캐묻지 않았다.
희한하게도 유우야는 주변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항상 눈치가 빨랐다. 학교에서 나머지 공부를 할 때도, 다른 팀과 배틀이 있을 때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정말 중요할 때는 또 기다렸냐는 듯 주인공처럼 등장해 해결하고 갔다.
한번은 마이가 몇 주째 하위권에서 노는 가이무의 성적을 두고 유우야를 타박한 적이 있었다. 팀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너무 느긋한 거 아니냐고. 우리도 다른 팀처럼 인베스 게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그때도 유우야는 “우리만 즐거우면 됐지.”라며 웃었다. 그런 우유부단한 태도에 다들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런 무심함이 한편으론 너무나 유우야다워 새어 나오는 실소를 가리진 못했다.
어쨌거나 가이무의 리더는 명실상부 유우야였다. 그 사실 하나만큼은 코우타도 의심치 않았다.
그야 유우야는 언제나 팀원들을 가장 먼저 살피고, 문제가 일어나면 제일 앞서 해결하니까. 종종 다른 팀과 마찰이 생겨도 유우야가 나서면 팽팽한 긴장감이 한 풀 풀리곤 했다. 아마 코우타 자신이 나섰다면 풀리기는커녕 더 엉키다 못해 몸싸움으로 번졌을지 모른다.
그러니 다들 유우야의 느긋한 태도에 투덜대면서도, 진심으로 불만을 갖은 적은 없었다. 애초에 느긋한 것과 게으른 것은 다르니까.
물론 우유부단한 건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럴 땐 코우타도 없었던 적이 많았던 터라 뭐라 할 처지는 못 됐고. 또 아주 가끔은 팀에 애정이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유우야는 코우타의 오랜 친구인 데다, 자신이 믿어 주지 않으면 누가 믿어 주겠나 싶어 그를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코우타는 그저 ‘유우야니까.’로 넘겨짚을 뿐이었다.
“그런 장난 좀 치지 마…….”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코우타가 작게 투덜대자, 유우야는 눈매를 부드럽게 접으며 웃었다. 그러나 웃는 낯과 달리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무심하기 그지없었다.
“그만 투덜거리고 물이나 받아.”
유우야가 페트병을 내밀었다. 코우타는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순순히 손을 뻗었다. 페트병에 손끝이 닿기 직전, 코우타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유우야가 의아한 듯 쳐다봤지만, 코우타의 시선은 병을 한차례 빗겨나 있었다. 코우타가 유우야의 손목을 낚아챘다. 강제로 걷힌 소매 밑으로 감긴 붕대가 드러났다.
“너……. 다쳤어?”
눈을 찡그리며 물어오는 코우타에, 유우야는 난감한 듯 얼굴을 굳혔다가 못 당하겠다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닌데 붕대까지 한다고?”
“그저께 레드 핫 녀석들과 인베스 배틀이 있었는데…… 그때 넘어졌어. 그래도 이겼다? 잘했지?”
“지금 이긴 게 중요해?”
“그냥 넘어져서 삔 거야. 리카가 치료해 줬어. 아프지도 않고, 까지지도 않았어. 애들이 호들갑 떠느라 맞춰준 것뿐이야.”
“그래도…….”
유우야의 달램에도 코우타는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되레 붕대가 엉성하게 묶인 손목을 이리저리 살폈다. 유우야는 걱정스레 제 손목을 살피는 코우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잡은 손목이 뜨겁다 못해 무거웠다. 서로의 체온과 땀이 한데 뒤엉켜 붕대가 축축하게 젖어갔다. 찝찝할 법도 한데 유우야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해부라도 할 심산으로 열중해서 보고 있는 코우타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갈색 머리칼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그 사이로 보이는 속눈썹이 평소와 달리 힘없이 축 처져 있었다. 본인은 모르는 기색이나 어느새 코우타는 유우야와 한 뼘 사이로 가까워져 있었다. 유우야가 코우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곤 코우타의 손목을 맞잡았다.
코우타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유우야의 얼굴이 코우타의 귓가 가까이로 다가와 있었다. 주홍빛 눈동자와 밤색 눈동자가 손가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을 마주쳤다. 유우야의 눈꼬리가 밑으로 휘었다.
“너무 붙지 마. 냄새나잖아.”
낮은 숨결이 코우타의 귓바퀴를 간질였다. 코우타가 흠칫 놀라 어깨를 떨며 유우야가 잡은 손을 뿌리쳤다.
“하나도 재미없거든?!”
얼굴이 새빨개진 채 씩씩대는 코우타를 보고도, 유우야는 “하하하.” 폭소했다. 난 재밌는데, 라며 은근슬쩍 속을 긁는 것도 잊지 않았다. 코우타는 그런 유우야를 보며 체념에 가까운 한탄을 내뱉었다. 그래, 내가 널 두고 뭔 말을 하겠냐.
유우야는 코우타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밤색 눈동자는 여전히 다정하게 코우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오로지 코우타에게 집중된 채로. 그러나 둘의 대화는 좀처럼 진전 없이 평행선을 그렸다. 같은 말을 다섯 번째 반복할 즈음, 코우타는 짜증스레 머리를 헤집었다.
코우타도 고집이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는 편이었지만, 유우야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유우야가 입을 다문다는 건, 지금 아무리 캐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이는 그가 자신을 향한 부탁이나 질문에 쉽게 응해주는 만큼, 제가 각오한 일에는 절대 쉽게 뜻을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 그럴지도 몰랐다. 그러니 대답하라 종용해도 사람 속 터지는 웃음이나 흘리며 답해주지 않을 게 뻔했다.
결국 코우타는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억지로 대답을 뜯어내는 건 제 성미에 맞지 않을뿐더러, 유우야에게도 못할 짓이니까. 궁금증은 뒤로 미룬 채 아쉬움을 삼키며, 그는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다른 애들은 요즘 어때?”
“다 똑같지. 춤 연습하고, 스테이지에서 공연도 하고. 그러다 다른 팀에게 시비도 걸리고, 우리가 먼저 할 때도 있고. 아, 그래. 최근에 마이랑 처키가 새 안무를 준비하고 있어. 미츠자네도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는 잘 따라오고 있고. 래트야 뭐, 늘 의기투합 중이지. 음……. 다들 널 찾기는 하는데 요즘은 덜해. 물론 여전히 네가 보고 싶은 눈치긴 하다만.”
코우타가 팀을 나온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지난 만큼 가이무 안에서 코우타의 존재도 흐릿해질 법한데, 카즈라바 코우타는 여전히 팀 가이무의 댄서였다. 이는 아마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었다. 그 사실이 못내 코우타 가슴 한편을 아릿하게 데웠다.
그가 떠나기로 한 날, 다 같이 가이무 게리지에 모여 조촐한 이별 파티를 했다. 밤늦게까지 웃고 떠들며 형형색색의 음료를 들이켜고, 없는 돈을 모아가며 피자를 사 먹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웃었는데 정작 진짜로 헤어질 순간이 다가오자, 다들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그래서 코우타는 비트 라이더즈들이 활동하는 무대 근처로는 잘 가지 않았다. 괜히 그 근처를 서성이면 예전 생각이 나니까. 아르바이트를 멀리 잡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니 ‘사실은 너희를 만나는 게 무서워서 피하고 있는 거야.’라고 한다면 다들 어떠려나. 상처받으려나.
‘뭐, 유우야는 귀신같이 찾아왔다만.’
코우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여전히 자신을 그리워하는 팀원들. 저만 그리워하는 줄 알았는데……. 상대의 애정을 확인받으니 기껍다 못해 속이 간질거렸다. 그 묘한 만족감에 코우타는 씰룩이는 입을 애써 다잡으며 유우야를 곁눈질했다. 그토록 듣고 싶던 팀원들의 근황 속에서도, 정작 가장 궁금했던 한 사람의 감상은 쏙 빠져있었다.
“너는?”
“……-나? 나아는-.”
코우타의 말에 유우야는 눈을 굴리며 말을 늘어뜨렸다.
코우타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유 모를 초조함이 목구멍 너머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랐지만, 애써 태연한 척 팔꿈치로 툭툭 쳤다.
“왜, 뭔데. 넌 나 안 보고 싶었어?”
그러나 정작 그 팔이 긴장으로 어색하게 굳어있었다는 사실을,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으음……, 난 괜찮아.”
유우야는 고민하는 척 말을 잔뜩 늘어놓고서는 기다린 게 허무할 정도로 간결한 답변을 내놓았다. 코우타의 입매가 일자로 다물렸다.
아, 또 이런 식이다. 난 괜찮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가이무를 떠나는 것에 관해 상의할 때도 유우야는 저리 대답했다.
‘난 괜찮아, 코우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당시 코우타는 조금, 어쩌면 정말 조금은 실망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대답은 그러든지, 말든지 관심이라고는 쏙 빠진 채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그는 밀려오는 허망함과 아쉬움을 불만 아래 꾹 눌러 담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내가 뭘 바라겠냐. 이 욕심 없는 놈이 조금이라도 매달리기 바란 내가 바보지.
“코우타 삐졌어?”
“시끄러워.”
유우야가 씩 미소 지었다. 코우타의 발끈한 모습이 어지간히 재밌는지, 눈매가 짓궂게 휘었다. 마치 재밌는 건수를 잡았다는 양, 오래전 죽은 사마귀를 눈앞에 들이댔을 때처럼 그의 미소에는 천진한 장난기가 묻어있었다. 코우타는 눈을 찌푸리며 슬쩍 몸을 뒤로 뺐다. 불길하다. 또 뭔 말을 하려고. 그러나 이어 들려온 대답은 그의 예상을 한차례 빗겨나 있었다.
“너야 뭘 하든 잘할 테니까.”
“……뭐?”
코우타가 멍청히 되물었다. 불만을 터뜨리던 것도 잠시 잊고 유우야를 쳐다봤다. 예상했던 답과 달랐다. 당연히 뭘 어른이 그런 거로 삐지고 그래. 아직 애구나, 코우타. 라며 살살 약이라도 올릴 줄 알았는데……. 돌아온 말에는 조용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 코우타 조차 쉽사리 단언할 수 없는.
유우야는 벙찐 코우타를 앞두고 제 말을 이어갔다.
“너야 무얼 하든 잘할 거라고. 가이무를 나갈 때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 나간 거였잖아. 그냥 그만두고 싶어서 나갔다기보다는……. 그걸 아니까 다들 네가 보고 싶어도 크게 붙잡지 않는 거야. 물론 지금도 보고 싶다 투덜대는 게 줄었다는 건 아니지만. 아, 그래. 아니면 이런 말이 듣고 싶은 건가?”
유우야가 몸을 기울여 코우타의 얼굴에 바짝 다가갔다. 눈을 피할 새도 없이, 코끝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코우타. 보고 싶었어.”
코우타는 저도 모르게 입을 살짝 벌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평소보다 또렷했다. 밤색 눈동자에서 일순간 작은 빛이 명멸했다. 여유롭던 기색도, 능청스러움도 한풀 걷힌 채. 처음으로 맨얼굴을 마주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코우타는 멍하니 유우야를 바라봤다. 그 진정성 넘치는 고백에 이내 낯부끄러워져서,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제가 가이무에 들어간 이유는 유우야의 이러한 면모 때문일지 몰랐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나 세심한 배려도 좋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가 자신보다 더 저를 믿어 주는 것 같아 이상하게 용기가 났다.
코우타는 입을 달싹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늘상 많아왔다. 그러나 정작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왠지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속이 울렁거렸다. 목 안쪽에서 서러움이 작게 요동치다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유우야는, 이럴 때만큼은 기묘하리만치 조용했다.
지잉-.
상념을 깨듯 재킷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코우타는 불규칙적으로 울리는 진동음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 위로 문자가 와있었다. 아키라에게서 온 문자였다.
[ 코우타 아르바이트 끝났어? ]
[ 집에 언제 올 거야? ]
[ 오는 길에 감자 사 오는 거 잊지 마. ]
감자…… 감자?
“아, 맞다! 감자!”
코우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제야 아침에 아키라가 집을 나서기 전, 비몽사몽한 자신을 붙잡고 당부하던 말이 떠올랐다.
‘저녁에 고기 감자조림 할 거니 감자 사 오는 거 잊지 마!’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대체 몇 시간이나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던 거지? 유우야와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코우타는 허둥지둥거리며 돈봉투와 페트병을 챙겼다.
“유, 유우야-…! 나 먼저 간다!”
“그래, 조심히 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코우타는 공원 입구를 향해 달렸다. 몇 번이나 발이 꼬여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다. 공원 초입을 넘으려던 순간, 코우타는 잊은 게 떠올랐다는 듯 유우야를 돌아보며 외쳤다.
“다음번에 내가 놀러 갈게!”
코우타의 외침에 유우야는 대답 대신 손을 흔들었다. 언제나 그랬듯,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손길로. 한결같이 평온한 낯으로. 코우타를 응시했다. 그것이 딱 유우야 다웠다.
코우타는 만족한 듯 웃었다. 그 익숙함이 좋았다. 자신이 뭘 하든, 어디로 가든, 유우야만큼은 같은 자리에서 늘 똑같은 자세로 손을 흔들 것 같아 좋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우야를 향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려 보이곤, 다시 울리기 시작한 휴대폰에 황급히 뒤돌아 뛰어갔다.
유우야는 코우타가 점이 되어 사라질 동안에도 가만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는 코우타가 붙잡았던 손목을 바라봤다. 어느새 땀은 차게 식은 지 오래였지만, 끈적하게 달라붙던 온기만큼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야 자와메의 여름은 더우니까.
사람에게 흘러내리는 체액이 타인에게 옮겨붙기 가장 좋은 날씨 아니던가.
그러니 그는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할 걸 알아 아쉬웠다. 나무 그늘에 가려져 조금은 서늘했을 자리도, 덜 녹은 얼음물 탓에 물방울이 맺혔던 벤치도. 남아 있던 모든 흔적이 머지않아 바싹 말라, 아무것도 남지 않을 터였다.
유우야는 이 모든 것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코우타의 손길이 담았던 것이라면 뭐든지.
저 멀리, 도시를 내려다보는 이그드라실 타워 위로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주홍빛 물결이 지평선을 따라 세상을 덮쳤다. 유우야는 붉게 타오르는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코우타와 나눈 대화를 천천히 곱씹었다.
‘너는?’
나?
나야…… 뭐.
“넌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확신에 찬 목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퍼진다. 유우야는 코우타의 얼굴을 덧그리며 눈을 감았다. 카즈라바 코우타는 돌아올 수밖에 없을 거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코우타가 가이무를 두고 어딜 간다고. 고향을 떠난 나그네가 향수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오는 건 생의 순환과도 같은 일이다. 정해진 답에 부차한 이유를 들먹이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었다.
그것이 아마 팀원들과 자신의 차이일 거라고…… 유우야는 믿는다.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닌, 어차피 돌아올 걸 알기에 묵묵히 기다리는 것.
본래 믿음이란 변치 않을 정도로 단조롭고 확실한 것이었다. 더욱이 오랫동안 코우타를 지켜봐 온 그로서는 근거 없는 믿음도 아니었다. 믿음이라기엔…… 확신에 가깝달까? 코우타조차 스스로를 믿지 못하니, 저라도 믿어 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는 작게 조소했다.
대다수가 유우야를 느긋하다 못해 무던하다고들 말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그가 크게 반응하지 않는 건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관심 좀 가지라고? 욕심 좀 내라고? 제발 뭐라도 좀 하라고?
‘내가 왜?’
지금이나 예나 저에게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그 한 사람의 시선에만 들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자신이 왜 노력해야 하는가. 애착도 없는 작자들 앞에서 왜 괜한 호의를 내보여야 하는가. 그 모든 게 ‘코우타’와 대체 무슨 상관이라고.
유우야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함에 있어 개인의 개체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간은 본래 자기중심적이라, 살아생전 무한히 변화하고 진화한다. 그로써 타인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저마다 다른 나날과 순간을 미덕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존재가, 어찌 타인의 삶에 뚜렷이 남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매 순간 변모하는 게 인간인데.
관심도 없는 상대에게 어떻게 기억되느냐는 문제는, 그저 불확실한 정크데이터 하나를 더 퍼뜨리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삶이란,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니까.
그러니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건, 그 사람을 향한 집념과 꾸준함, 그리고 간절함의 깊이다.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서 지워지고 누군가의 ‘무엇’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상대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유우야는 조용히 사유했다.
‘비록 그 과정이 상대에게 트라우마로 남을지언정…….’
차마 떨쳐낼 수 없는 기억, 낙인烙印.
그래, 그것이야말로.
유우야가 코우타의 곁을 맴도는 이유였다.
유우야는 손목에 감긴 붕대를 가만히 쓸어내리며 곱씹는다. 제 손목을 바라보던 코우타의 눈빛. 그 안에 담긴 걱정, 아픔을 읊조리던 입까지. 모두 기억할 것이다. 하나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오롯이 저에게만 허락된 거니까. 그러니 그는 나직이 웃었다.
언젠가 자신이 코우타의 비극이 되길.
하하.
사랑하는 이의 기억에 남고 싶은 마음이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자신의 고통이 그의 고통이 되길 바란다. 그의 최악에 내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흙에 찍힌 발자국도, 벤치 아래 눌어붙은 껌 자국도, 이미 떠나간 물병에서 흘러내린 수흔마저도 언젠가 닦여 사라진다. 잊히고 싶지 않다.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코우타의 그림자에 녹아 눌어붙어, 그가 걸을 때마다 족쇄처럼 질질 끌리길 바란다. 그것이 평생 코우타의 발을 붙잡을지언정, 영영 떨쳐낼 수 없도록.
“그러면 코우타는 잊어주지 않겠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된다 한들.
유우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려 옷깃을 적셨다. 소매를 걷어 올린 팔이 끈적했다. 여름의 더위는 집착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마 유우야는 오늘을, 오래 기억할 것이었다.
유우야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코우타가 앉아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흐릿해진 코우타의 흔적들. 그는 그 윤곽을 눈으로 뒤쫓으며.
그의 고통에 매여 있을 수 있음에, 신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