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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

원작 결말과 다른 설정의 세계관 상정

  해 질 녘의 항구에는 더운 바닷바람이 끊임없이 스쳤다. 입을 열고 숨을 들이쉬면 혀끝에 짠 공기가 닿는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오늘따라 잔잔한 수면이 간간이 방파제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졌다. 이렇게 파도가 잠잠한 날에는 종종 FS-0O의 운행 점검이 있었다. 점검 일정이 끝난 저녁 7시, 진은 기체가 격납고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항구의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종일 일터를 돌아다닐 때도, 퇴근하며 바닷가를 걸을 때도 언제나 등 뒤에서는 철컥대는 금속음과 함께 익숙한 발소리가 따라붙고 있었다. 진은 입꼬리를 픽 올리며 돌아보았다.

  “야, 제이! 빨리 와.”

  어설프게 뛰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참 걸어 도착한 모래밭은 한적했고, 종종 바닷가를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오갔다. 진을 따라 모래밭으로 내려온 제이는 문득 제 발밑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단단한 아스팔트 위와 달리 걸을 때마다 발밑이 바닥으로 푹푹 꺼지는 느낌이 신기했는지, 제자리걸음으로 모래를 밟아대기 시작했다. 이내 큼직한 덩치를 구부려 앉은 제이는 모래를 한 움큼 손으로 잡아 보았다. 손가락 사이로 서걱거리며 흘러내리는 모래알을 만지작거리던 제이는, 새로운 데이터라도 수집하듯 까슬한 감촉이 훑고 지나간 제 손아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숲속에만 가끔 풀어놨지, 바다 근처에는 한 번도 데리고 온 적 없던가. 진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제이 곁의 모래톱 위에 털썩 앉았다.

 “ 이 바닷가도 오랜만에 보는구만. 학부생 때 지겹게 왔었는데. 제로오 시범 운행 때문에 해저 지형 조사한다고 말이지. 그것도 벌써 20년은 더 됐나.”

  제이는 답하지 않았다. 녀석은 사건이 있기 전의 이 세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자신이 보지 못한 세계를 오직 진의 설명에만 의지한 채 상상하며, 아공간의 차가운 정적 속에서의 시간을 버텨낸 것이다. 다시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던 이 풍경도 그 시절의 너와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자, 진은 새삼 대견하고 고맙다 싶은 마음에 작게 웃었다.

  “그거 가져왔냐?”

  “여기 있다. 아까 진이 챙겨 가라고 했던 것들이지.”

  “오, 맞게 챙겼네.”

  “이것들은 뭐지.”

  “폭죽이야.”

  “폭죽.”

  제이가 생소한 단어를 한 번 더 되뇌었다. 진은 제이가 손장난으로 파헤치던 모래 구멍을 좀 더 파내 막대를 꽂고, 젖은 모래를 덮어 단단히 고정했다. 액화 가스가 바닥을 보이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곧 땅바닥에서 치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 위로 뿜어지듯 타오르는 불꽃이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황빛과 금빛으로 밤바다를 밝혔다.

  “자, 봐라. 제이. 이게 불꽃놀이라는 거야.”

  “오오... 이건. 전에도 본 적 있어.”

  “엥? 언제.”

  “이전에, 전투가 끝나고 공터에서 이런 걸 본 적 있다. 그때도 진이 불을 붙였었지.”

  “아, 아아... 작년에 말이지. 그래도 다시 보니까 좋지 않아?”

  “빛이 엄청나게 밝군.”

  “이것만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아까 꺼냈던 것들 갖고 있지?”

  제이가 두 손을 펼쳐 좀 더 작은 막대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조금 전 바닥에 꽂은 것과는 다르게 생긴 것들.

  “이것들도 폭죽, 인가.”

  “그래.”

  진은 이제 완전히 해가 진 저녁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로 어두워진 하늘이라면 위로 쏘아 올린 불꽃도 잘 보이겠지. 진은 다시 모래를 파서 바닥에 폭죽을 설치했다. 제이는 그 모습을 마냥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잘 봐라, 이건 아까 것보다 훨씬 높이 날아갈 거니까.”

  심지에 불이 닿자마자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들어 가던 화약이 터지며, 허공 위로 불꽃 줄기가 솟구쳐 올랐다. 곧이어 펑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하늘 한가운데에서 화려한 색깔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진은 곁에 서서 터지는 불꽃마다 눈을 뗄 수 없이 올려다보는 제이를 슬쩍 돌아보았다. 쉴 새 없이 터져 나가는 불꽃이 빛나는 바이저 위로 비쳐 보였다. 그 얼굴을 마주한 진은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바깥세상으로 녀석을 데리고 나와 보여 주고 싶었던 건 바로 이런 풍경이었다고.

  “어때, 제이. 멋지지?”

  제이는 대답하지 않은 채 얼빠진 감탄을 뱉으며 형형색색의 가루가 쏟아지듯 빛나는 밤하늘에 시선을 뺏겨 있었다. 진은 그거면 됐다는 듯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제이의 어깨 위로 팔꿈치를 걸쳤다. 여름 끝물의 후덥지근한 바람이 옷자락을 살짝 흔들었다.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잔잔한 파도 소리와 기분 좋게 섞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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