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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 트러블

엔딩 이후 시점

"더워~~~~!!!!!"

"어쩔 수 없잖아, 반. 아리에나이저의 공격 때문에 전기 시설이 망가졌는걸. 좀 참아."

"맞아! 그나저나 옆으로 좀 더 땡겨~!! 선풍기 바람이 안 온단 말야!"

"우메코, 키가 작아서 바람이 안 닿는 거 아니고?"

"뭐라고~~~?!"

 

특수전대 데카렌쟈, 통칭 S.P.D. 언제나처럼 아리에나이저를 쓰러트린 한여름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쓰러트리는 과정에서 괴중기가 데카베이스의 전력과 연결된 전력을 끊어버리게 되고, 그 때문에 비상 전력을 사용하곤 있으나 언제 전력이 복구될지도 모르는 상태. 때문에 마음껏 비상 전력을 낭비할 수 없던 데카렌쟈는 이 찜통 같은 여름날 선풍기 한대만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에이씨, 못 참겠다!!"

 

이미 유니폼을 벗어버린진 오래인 아카자 반반이, 반팔만 입은 채로 주위에는 지금까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먹어재낀 아이스크림 봉지를 쌓아두고 선풍기를 자신의 쪽으로 돌려 바람을 독차지하자 때아닌 자리싸움이 발생했다. 우메코, 테츠, 심지어는 그 호지까지도 철없는 어린애처럼 바람이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더 닿길 바라면서 선풍기 헤드를 이리저리 과격하게 돌리기 시작했다.

 

"어이, 반! 뭐 하는 거냐!"

"선배, 치사하게!"

"역시 리더인 내가 쐬는 게 맞지!"

"누구더러 리더냐!"

"비켜비켜비켜~!!"

 

여러 명의 손으로 붙잡고 있던 선풍기가 반을 마지막으로 뚝 소리와 함께 헤드가 분해되어 바닥으로 수직 낙하했다.

 

"정말, 청춘을 낭비하는 타입이네~"

 

정적을 깨고 들려오는 자스민의 허를 찌르는 말에, 선풍기를 돌리기 바빴던 사람들이 네 탓이네 뭐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서로를 헐뜯기 시작하자 금방 다시 데카베이스가 떠들썩해졌다. 가만히 있으면 덜 더울 텐데. 유니폼 상의를 벗지도, 장갑을 벗지도 않은 자스민이 땀방울 하나 맺히지 않은 채 말했지만 소란에 묻혀서 화제가 되진 않았다.

 

"흠..."

"왜 그래, 센?"

"허잇차."

 

자스민 옆에서 아직까지도 다투고 있는 동료들을 보던 센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기합과 함께 물구나무를 섰다. 이것은 센의 띵킹 포즈. 이렇게 하면 무언가가 번뜩이는 것이다.

그렇게 또 1분쯤. 물구나무를 끝낸 센이 바닥에 떨어진 선풍기 부품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쯤 되자 아랑곳하지 않고 다투기만 하던 나머지 사람들도 행동을 멈추고 센을 들여다보았다.

 

"센, 뭐 해?"

"분명 저번에 책에서 읽은 적 있어. 수리하는 방법을 떠올렸지 뭐야."

"오오! 역시 센!! 대단해!"

 

더운 날 구세주 같은 센의 발언에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 다같이 부품을 바닥에서 주웠다. 마치 이삭 줍는 여인들. 자스민이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로 평가했지만, 그 뒤로도 어미 오리를 따르는 새끼 오리들 같이 모두가 센 뒤에만 졸졸 쫓아다니며 필요한 부품을 건네고, 가져와달라는 공구를 순순히 대령하면서 센이 선풍기를 재조립할 때까지 그 짓을 반복했다.

어느덧 다소 그럴듯하게 조립된 선풍기를 다시 데카베이스 한가운데에 놓인 육각형의 테이블 위에 올리자,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역시 센이라느니, 믿고 있었다느니, 조금이라도 센에게 잘 보여서 좀 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알량 방귀였다.

 

"자, 이제 튼다?"

 

멀쩡한 선풍기처럼 삑 소리를 내며 운전하기 시작하는 선풍기를 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입가에 미소를 크게 걸고 바람에 닿기를 기대하던 반이, 어디선가 불쾌하리만큼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소리를 지르며 당장 선풍기로부터 멀어졌다.

 

"으악! 뭐야?!"

"바람이... 더워...!"

"당장 거기서 떨어져, 우메코!"

"헤헤, 녹는다~"

 

안 그래도 더운데 뜨거운 바람까지 맞자 더위라도 먹은 것인지 우메코가 옆으로 휘청거리면서 픽, 쓰러졌다. 무엇을 잘못 건드린 지는 몰라도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부를 수 없는, 온풍기에 더 가까운 센표 선풍기 탓이었다. 그것도 털털거리면서 곧 운전을 멈췄다.

또다시 정적.

 

"역시는 역시."

 

이번에도 소란을 지켜보기만 하던 자스민이 정적을 깼다. 그 소리가 출발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두가 다시금 제각기 하소연을 쏟아내기 시작했는데,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탓하는 대상이 한 명뿐이었다는 것.

 

이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자, 한쪽에 앉아만 있던 보스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지경이 되었다. 한소리 하려던 찰나에 데카베이스의 문이 열리며 스완씨가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일어서 있는 보스의 팔을 잡고 괜찮다는 것 마냥 두어 번 팔을 친 스완씨가, 이 와중의 최고 희소식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다들 잘 있었어? 다 고쳐졌다고 방금 연락받았어. 이제 조금 있으면 에어컨이 돌아올거야. 수고했으니까 커피 마시라고 가져왔어~"

"드디어!! 좀 살만해지겠구나!!"

 

정말로 스완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어컨의 전원이 들어왔다. 데카베이스를 가득 채우는 시원한 바람에 모두 행복의 한숨을 동시에 내뱉기도 하고.

그 뒤, 누군가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저리 치우라며 내팽겨친 선풍기 대신 스완씨가 탄 커피가 탁자 위에 놓이자, 모두 짜기라도 한 듯 팔을 뻗어 커피를 잡았다.

반 또한 마찬가지로 마음이 놓여 다시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자기의 이름이 크게 적힌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집어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곧바로 입에 머금은 커피를 바닥에 뱉어버렸지만 말이다.

 

"아, 이거 뜨거운 커피잖아!!!! 스완씨!!!!"

"어머,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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